하마터면 짧은 인생 회고하다가 갈 뻔했다.
난 장군님을 찾아가기 전, 한가지 불안요소에 대해 깊은 고민을 했다.
그것은 바로, 그곳엔 화장실이 없다는 점이지. 이것은 죽음의 설사 레이드가 잦은 나에게 있어 치명타로 작용하기에 무슨 일이 있든 없든 간에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나는 고민했다. 'ㅅㅂ 한 번 똥 쎄리고 가? 콜?'
저런 생각을 하며, 집안 눈치를 보느라 나오는 시간이 조금 늦어졌다. 나가려고 하니까 아빠가 군고구마 사올테니 먹자 라고 하여 어쩔 수 없이 물리게 먹었던 군고구마를 몇 시간 안되어 또 쳐먹었다. 이 쳐먹었다는 건 나를 뜻하는 말이지. 그저 한 마리 짐승처럼 군고구마와 딸린 군밤을 탐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예상해던 시간보다 훨씬 늦어지게 되었고, 나는 하는 수 없이 집근처에서 버스를 타지 않고 조금이라도 더 소화를 시킬 요량으로 세이브존 앞까지 걸어가서 462번 버스를 탔다.
사실 나의 이 계획은 이놈의 x같은 두뇌의 건망증때문에 꼬여버렸다. 그래! 단대오거리 지하철역에서 똥을 싸지 않은 것이다!!!!!!!!!! 앗싸 좋구나!!!!!!!!!!!!!!!
난 그저 훌쩍이는 코를 안고 김이 서린 안경을 탓하며 버스에 올랐을 뿐, 그것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이런 ㅅㅂ!!!!!!!!!
버스에 탔지만 기분은 못내 좋지 아니하였다. 나의 빛을 잠식해 들어가는 어둠의 타크가 미소짓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지. '자. 항복해라. 너는 바지에 똥을 지릴 운명이니라!'
그러나 나는 흔히들 운명에 정면으로 도전하면서 '에이 니미. 운명 까짓거 내 똥꼬나 핥으라 그래!' 하고 자신의 인내력을 극히 드높이는 또라이들의 또라이같은 현실인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였다. 나는 실제로 아주 잠시동안 내 마음속에서 '포기하면 편해~' 라는 목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괄약근이 풀어지려 하는 그 오묘한 비창교향곡을 느낄 수 있었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서, 나는 장군님 방을 방문할 때에는 뭔가 사들고 가는 것이 남자의 예의라는 불문율을 지키고자 장군님에게 전화를 하였다. 주위를 돌아보니 이미 11시에 가까운 시간 탓인지 번화가인 이곳 시청앞도 많은 점포가 문을 닫은 상태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나는 하는 수 없이 장군님에게 전화를 하며 일단 그놈의 배덕의 언덕을 올라 너의 방에 가서 생각을 해보겠다는 말로 통화를 마쳤다.
그래 ㅅㅂ 우리집에서 태평 4동까지 올라가는 버스가 없었다. 그래서 거의 50도에 달하는 경사를 몇 분만에 주파해버렸다. 요즘 서고 등교 크로스컨트리를 하지 않아서인지 언덕 오르는 체력이 많이 빠져있었다. 올라가면서 깊은 반성과 함께 60대 할배와 같은 이 심폐지구력을 반드시 끌어올려야 겠다는 굳은 다짐을 했다.
사실 장군님네는 양호한 편이다. 태평4동 배덕의 언덕은 고개 하나만 넘었다고 정복을 허락하지 않으니까. 지금은 군대에서 구르고 계실 한화 김회장이자 수면기계이신 분의 집은 거기서 언덕 하나를 더 올라가야 했다. 텍스트로 보면 한 문장이지만, 그 담긴 신체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피곤하면서도 지루하고, 사람을 무력하게 만든다.
태평동은 역시 그냥 산이다. 그걸 깎아서 동네를 만들었다. 서울 촌놈들이나 곧암인들은 이해하기 쉽지 않겠지. 성남은 그런 도시다. 미친
지구대에 도착하자 앞에 횡단보도가 보였다. 2차선이라 이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협소한 도로에 횡단보도가 셋 씩이나 있는 것은 옆에 자리한 금빛 초등학교와 성남시, 혹은 수청 구청이 짜고 친 고스톱 행정 혹은 미련한 공무원들이 2차선은 2차선이니 애들을 생각하여 지도 한 장 펴고 '알았어 ㅅㅂ 귀찮게 하지 말고 신호 파라' 하여 말미암은 결과물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무단횡단은 하지 않고 쉬크하게 신호를 기다렸다.
장난? 건너는 데 3초도 안 걸려. 신호 기다리고 길 건너던 바퀴벌레가 웃겠다.
길은 건너서 설레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 혼자 먹은 듯한 피자 상자가 놓여있었고, 장군님은 문을 열어주었다.
기억에 크게 남을 일은 없었다.
단지 내 신세한탄과 오면서 불안해 했던 똥이라는 놈을 걱정하고, 미니 냉장고에 붙어있는 전단지를 보며 치킨을 고른 것 뿐이다.
물론 폭풍설사의 서막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처음에는 LEFT 4 DEAD 라는 좀비 사살 게임을 했다. 나는 요즘 FPS에 큰 흥미가 없거니와, 요즘 모니터가 발작을 일으켜서 거의 모든 게임을 하지 못했기에 내 게임을 향한 열망에 불을 지피지는 못했다.
이때, 치킨이 도착했다. 좀 더 거하게 쏜다면 내 지갑이 털리는 동시에 내 대장항문이 얄리말리 낙타XX처럼 될 것 같아 그냥 참았다. 흠. 11시 넘어서 가능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하는군.
엎드려도 보고, 누워도 보았다. 그러다 게임도 해봤다. 반동이 없는 총쏘기 게-무는 역시 편리해서 좋아♡
싱글로 4명이 팀을 짜 쉬운 난이도로 플레이하게 되었다. "REROAD!" 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재장전 하면서 총으로 좀비 때리고, 화염병으로 불도 붙여보고, 폭탄도 던져봤다.
혓바닥으로 플레이러 낚는 좀비새끼, 빵빵한 배때기를 뻥 터뜨리는 돼지 좀비, 거진 하늘을 날아다니는 듯 하며 플레이어를 마운트자세 위에서 때리는 헌터좀비, 생긴 게 판타스틱 4에서 나오는 돌덩이 근육남 같은 무식하게 짱 쎈 좀비 등이 특수좀비였다.
한두 마리 더 있는데 기억은 나지 않는다. 좀 졸리긴 했나보다.
아무튼 쏘고 쏘고 또 쏴서 클리어했다. 다만 헬기에서 탈출할 때 나만 살아남아서 그런지 생존자가 나밖에 없었고, 나머지 봇들에게는 이름 앞에 '古'자가 붙여졌다. 기계이지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시간이 다가오면서, 지옥의 종소리는 내 가슴을 점점 크게... 울리기 시작했다.
꾸루룩. 꿀럭. 뿌우웅. 나는 방퀴 플레어를 찔끔찔끔 흘리며 위협을 피하고자 했으나, 이런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의 대처로는 그 위협을 결코 물리칠 수 없을 것이라는 대장(大腸)의 조언에 잠시 좌절했다.
아아아. 운명의 장난은 또다시 나를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야 마는 것인가.
나는 포기할 수 없었다.
건너편 당구장은 친구들이 급한 용변을 해결할 때 자주 쓰이는 곳이다. 물론 이름은 밝힐 수 없다.
나는 당구장이 무서워서 그냥 노래방이 있는 층의 화장실에 숨어 들어갔다. 사실 문이 붙어있어서 숨어 들어간다는 의미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겠지만, 나는 굉장히 X팔렸다. 다 늦은 밤이 돼서 옆구리에 두루마리 휴지를 끼고 동네를 전전하는 꼴을 상상해 버라. 얼마나 부끄러운 줄 알아?
마지막 한 줄기까지... '내가 여기서 너를 싸지 못하면 살지 못한다'는 각오로 죽을 힘을 다해 마지막 똥덩어리를 바깥으로 분출하는데 성공했다.
날아갈 듯한 기분으로 다시금 장군님 방에 도착하여 자리에 누웠다. 내가 해냈다는 자부심과, 이제 고민 끝이라는 안도감으로 인해 잠이 올것만 같았다. 그러나...
아뿔싸! 배, 배에 가스가 다시 차오르는 것이었다! 나는 격렬히 저항했다.
"아 안돼!!!!!!!!!!!!!!!!!!!!"
"돼!"
오만 가지 생각을 했다. 여기서 밀리면 내 인생은 똥냄새 나는 똥빛. 허나 어디서 이 폭풍같은 대변과 방귀를 해결한단 말인가.
2시간여를 참았던 것 같다. 물론 그사이에 밤골목을 배회하며 화장실이 있는 건물을 찾아다닌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어느곳도 화장실 문은 닫혀 있었고, 내가 믿을 곳은 당구장 하나뿐인데 그곳은 무서웠다.
당구를 치던 아저씨가 "고놈 참 냄새 하고는..." 하며 내 볼기짝은 큐대로 사정없이 때릴지도 모른다는 망상까지 했다.
어떻게든 당구장은 피해야 했다.
시간은 지나갔다. 잠들지 못한 나는 몇 번을 나왔다 들어갔다 하며 두루마리 휴지 하나에 의지해 골목을 쏘다녔다. 물론 성과는 없었다.
시간이 어느덧 6시에 접어드는 것 같았다. 이미 여러 번 분출 직전의 상황을 맞이하였고, 나는 그로부터 힙겹게 버텨내고 있었다. 길가로는 버스가 돌아다니는데, 야속한 가게들은 그때까지도 열지 않고 있었다.
나는 괴상한 에일리언풍의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다시 7시 17분에 밖으로 나왔다. 주위가 밝아져 가고 있었다. 그와 함께 내마음도 들떴다.
"그, 그래. 태평 4동 주민센터가 분명 9시에 열테니까 그때까지만 참아보자..."
장군님은 똥싸는 데 좋다며 커피를 권했다. 순간 마시고 싶은 욕구가 솟구쳤는데, 커피가 이뇨작용이 있다는 사실이 떠오르자 그냥 거절해야만 했다.
이 상태에서 "아... 오줌싸고 싶어."는 곧
노상방뇨를 하다가 "읏! 아 안돼! 싼다!"
즉, 쉬야를 하는 동시에 항문으로 태풍방귀를 분출하며 똥을 찌릴 수도 있는 것이다.
다들 잘 알고 있겠지? 이럴 때는 내가 동양인인 것이 원망스럽다. 양놈들은 똥 싸면서 오줌 못 싼다. 그런데 우리는 아니다.
운명의 7시 45분. 나는 다시금 죽음의 그림자를 느꼈다.
그는 나를 톡톡 건드렸다. 아무 말도 소리도 없이 내 뒤에 서 있었다.
아아아. 그래도 홍간지가 오기 전까지는 참아보려고 했었는데... 나는 죽기 싫었다.
그래서 택시 타고 집까지 ㄱㄱ 해서 번개같이 화장실을 도착해 태풍방귀를 토해냈다.
그런데 똥은 나오지 않았다. 물론 지금도.
그래서 나는 괴롭다. 인생 또한 덩달아 괴롭다.
내가 이걸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아 몇 시간을 허비한 것인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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